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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상대하는 업종에는 고객의 DB를 취합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회사를 찾아주시는 고객님들의 성향과 취향, 구매이력 등을 취합하여, 이를 바탕으로 보다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충성고객을 만들기 위함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도 회원 특성을 입력해 놓은 회원 DB가 있다. 

회원님을 응대했던 직원들이 매일 업데이트 한 내용들이 쌓여서, 신입사원들도 큰 실수 없이 회원님을 응대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들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회원특성은 참고사항일 뿐, 절대사항은 아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는 게 사람인데, 회원님들의 컨디션이나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충분히 바뀔 수 있는 내용이기에, 참고만 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이미 회원 특성에 적혀있는 내용이라도, 변수를 생각하여 회원님께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 회원특성 :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즐겨드심
  • 발생될 수 있는 변수 :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갈증이 날 수 있음, 식사를 짜게 드셔서 갈증이 날 수 있음, 회원님께서 접대하는 손님이 아이스아메리카노만 드시는데, 분위기상 같은 걸로 드셔야 할 것 같음 등등...
  • 응대화법 : "회원님, 오늘은 갑자기 날씨가 많이 더워졌습니다. 원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즐겨드시는데 오늘은 시원한 음료로 준비해 드릴까요?"

 

그런데 회원특성을 참고하지 않고 맹신하면서, 확인작업을 무시하는 직원 때문에 작은 컴플레인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컴플레인을 받은 직원이 회원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회원특성에 적기 시작했고, (물론 내용이 좋지 않았다) 이런 내용을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면서 "000 회원님은 괴팍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며 회원님들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선입견을 갖고 회원님을 응대하는 직원들은 본인이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았고, 상황이 잘못되었을 땐 핑계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이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판단과 행동에 제약을 만들고, '원래 그렇다'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에 최적화된 표현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렇게 되니, 컴플레인이 발생했을 때, 반성보다는 핑계를 늘어놓은 직원이 대부분이었다. 

'회원이 어쩌고 저쩌고,,' '저는 한다고 했는데 회원님이 뭐라 하시는 바람에...' 등등...

개인의 선입견이 전체의 편견이 되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경험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방법을 시도해 봤다.

  1. 회원 특성에 개인감정을 담은 내용을 쓰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객관적인 내용만 입력하도록 했다.
  2. 컴플레인이 발생되었을 때 작성하던 상황보고서를 시간대별로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 내용을 주임들과 공유하여 제삼자의 관점에서 잘못된 부분을 체크하고,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를 적게 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본인에게 전달하여 숙지하도록 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일단 회원님들에 대한 본인들만의 잡담(?)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여성으로 이루어진 회사다 보니 말들이 참 많다;;;)

 

그리고 컴플레인 건수가 약 8% 정도 줄었다.

내가 의도했던 건, 여러 사람의 생각과 방법을 공유하면서 고객 응대에 유연성을 기르고자 한 것이었는데, 과연 그래서 줄어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상세한 상황 보고서를 쓰기 싫어서였을 수도...)

 

선입견의 유혹은 달콤하다

 

선입견은 생각의 유연함을 방해하고 시야를 좁게 만든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우리를 유혹하는 점이 있다.

안 좋은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핑곗거리로 딱이라는 점이다. 내 탓을 남 탓으로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묘약이다.

하지만 이는 순간을 모면해 줄 뿐, 수많은 남 탓이 배가 되어 결국 나에게 되돌아온다.

이는 마치, 몸에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계속 먹게 되는 가공식품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팀원들과 일정 시간 이상 지내다 보면 그들의 성향과 성격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그러다 어느 날, 한 팀원이 평소에 보이지 않던 모습을 보인다. 그럼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쟤가 왜 저러지? 원래 저런 애가 아닌데..?"

 

이 순간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바로 "원래 저런 애"라는 생각이다.

 

팀원들의 성향과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도 '도저히 이해 안 되고 모르겠는' 성격투성이인데, 심지어 나 자신도 나를 모를 때가 많은데, 사회에서 몇 개월, 몇 년 알고 지낸 동료나 직원들을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

 

상대방을 다 안다고 생각하면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여 유연한 대처가 어렵다.

상대방을 다 안다고 생각한 순간, 상대방을 더 알아가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럼 표면적인 소통만 이루어질 뿐, 진짜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만들지 못하게 된다.


인정받는 꼰대 되는 팁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혹은 팀원들의 성격을 적어보자.

그리고 그 성격을 '안다' 대신에 '발견했다'라고 표현을 바꿔서 다시 찬찬히 읽어보시기 바란다.

그럼 마치 모르는 원석을 발견한 듯, 이 친구에 대해 흥미가 생기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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